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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河詩選/4집' 푸른 바다가 나를 부르면... (미출간초고)

반 지하의 가을

by 하늘초롱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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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지하의 가을    <초하>


폭풍 전의 고요인가

바람도 잔잔한 가운데

소리 없이 비는 내리며

반 지하의 쪽창에는

빗물 속 이슬이 맺히고


가을은 비와 동행하는지

창에 스며드는 가로등 빛에

기대어 빼꼼히 들여다보며

지난 여름 장마에 잘 지냈냐며

반 지하의 안부를 묻는 듯


습한 곰팡이와 사투 중인

지옥고의 체험 삶의 현장은

늘 파아란 하늘을 꿈꾸고

삶의 반은 묻힌 채 살아가며

가을을 기억하여 그리워하고


모두가 하나 된 듯 덤벼드는

냄새와 습기 그리고 외로움은

잠자리 날아들며 단풍 스미는 

지상의 삶을 꿈꾸는 이의

희망을 내동댕이쳐 버렸다


이생에 지상으로의 탈출은

과연 존재하고 있을까?

사라져버린 희망을 찾아보며

실낱같은 끈을 놓치않으려

아둥바둥 지친 삶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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