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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河詩選/4집' 푸른 바다가 나를 부르면... (미출간초고)

인연

by 하늘초롱 202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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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산문시 : 초하>


당신은 나와 이별을 한 이후

모든 이들처럼 나와의 인연은 끝났다 할 것입니다

나 역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지나 다시 만나기란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다면

함께할 수 없음에 서로가 이별의 자리에 서 있을지언정

우리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떠올려 보면 언제나 처음 본 그때의 순간으로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늘 돌아가곤 하지요

순수했고 아름다웠던 당신의 리즈시절로 말입니다

파란 하늘에 노란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 짓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아마도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당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왜 당신에게 빠져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순간입니다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해 왔고 당신이란 호수 속에 빠져 살다 보니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잠시 잊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이런 나를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을 사랑함에 후회는 없습니다

하루하루의 고통 속에 외로움 속에 고독 속에 살아야 함은

아마도 당신의 아픔을 보지 못한 것에 그리고 이별에 대한

天刑의 틀 속에 있는 것일 겁니다

시간이 지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후회가 남아 늘 기억 속을 맴돌지만 미련은 사라져 가고 있네요

심장에 새겨진 고통 속에 뒤늦어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끝난 줄 알았던 당신과의 인연은 

하늘이 맺었기에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비록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들이 앞으로 영원히 없을 수 있겠지만

늘 기억 속에 머무르는 한, 당신과의 인연은 이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은 인간에게 인연의 끝이 영원히 끊어지도록

치매라는 병을 선사했는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가끔 나를 떠올린다면, 어떤 순간에 내가 생각이 난다면

우리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설혹 모두 잊으려 하여도 어떤 일을 하던 중

스치는 순간에 나를 떠올리게 될 것이며 

당신과의 인연은 늘 함께 할 것입니다

당신을 처음 본 그 순간 그때로부터 당신을 사랑하는 순간까지 

당신의 이름만 떠올려봐도 가슴이 저며오는 것은

아마도 사랑이 내게는 하늘이 내린 天刑인 것 같네요

끝난 줄 알았던 인연을 가슴에 품고 가렵니다

용서받지 못한 들, 내게는 할 수 있는 바가 없으니 그 또한 형벌일 것입니다

언제나 미안한 기억의 테두리에 갇혀 살고 있음을 알아주세요

아마도 당신에게 나는 이미 끝난 인연이라 치부되어 있겠지만

인연이란 사람이 끊고 이을 수가 없기에 

숨 쉬는 동안 늘 속죄의 삶을 살고 가겠습니다

당신이 스치는 바람결에 라도 혹여 나를 떠올린다면 

우리의 인연은 아직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숨이 다하는 날까지 당신이 마음 다치지 않기를

당신이 행복하기를 소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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