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草河詩選/3집' 내가 네게로 갈게 (출간 : 2021.08.17)

토끼와 여우

by 하늘초롱 2020. 1. 8.
728x90



토끼와 여우     <초하>


오래 전 들은 이야기 입니다

토끼와 여우가 행복하게 살던 중

토끼가 그만 사냥꾼의 총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

생명을 담보로 사경을 헤매

여우의 간호와 사랑으로

겨우 목숨을 건져 살아나는데


사냥꾼이 쏜 총알은

토끼의 몸에 여전히 남아

수시로 토끼를 괴롭혔고

토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정신은 피폐해지고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여우와 약에 의지하여 살았습니다


하루는 토끼의 고향에서

토끼를 치료해 주겠다고

가족들이 나서서 토끼를 데려와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갖은 검사와 치료를 시도했지만

돌아온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는

통증만 덜어 줄 약 뿐이었습니다


지낼 곳이 없는 토끼는

여우의 고향집에 함께하였고

시간이 걸려도 치료를 받고자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토끼의 치료비를 감당키 어려워

결국 토끼의 가족마저

나 몰라라 포기해 버립니다


거기에 더해 여우의 오빠는

술에 취해 여우의 미래가

토끼에게 발목이 잡혀 있다며

조용히 떠나 줄 것을 요구합니다

혹이 된 토끼는 결심하였고

사랑했기에 여우에게도 이런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토끼는 머리를 써서

여우가 다치지 않도록 

이별하기를 결심하였고

이별을 위해 이별 작전을 세웁니다

토끼의 바람대로 이별은 이루어졌고

토끼 고향땅에서 유배되어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남게 됩니다 


여우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채 살던 곳으로 돌아가

여우의 삶을 살고 있으며

버려지듯 세상에 혼자인 토끼는

토굴 속에 살며 진실을 가슴에 품고

혼자만의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매일매일을 죽어가고 있다 합니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지만

그 후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토끼의 삶은 끝났겠지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원치 않는 상황이 우리의 삶을

그리고 우리의 환경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습니다

토끼와 여우처럼 말이지요


그렇다 해서 잊으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발생했든 간에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면

우리는 기억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토끼의 결정과 삶이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입니다




728x90

'草河詩選 > 3집' 내가 네게로 갈게 (출간 : 2021.08.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세기  (0) 2020.01.13
산다는 것은  (0) 2020.01.09
이제 다 되었다  (0) 2020.01.07
찬란한 빛 그대는 금성  (0) 2020.01.03
그대 언젠가  (0) 2020.01.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