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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河詩選/3집' 내가 네게로 갈게 (출간 : 2021.08.17)

月光

by 하늘초롱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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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光                         <초하>


매서운 찬바람이 북쪽으로부터 휘몰아쳐

들판을 지나 강을 건너 산마루에 이르고

멈추지 않고 미끄러지듯 내려 어둠도 잠이 든

칠흑같이 검은 호수의 곁에 스며들 무렵


날이 선 서슬 퍼런 검날의 빛을 이끌 듯이

차가운 빛을 품은 月光이 호수에 비추이며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마루에 처처히 쌓인 눈은

月光에 한 잎 두 잎 반사하며 산야를 밝히고


북풍의 바람결에 잔잔한 물결을 겹쳐내는

일렁이는 검은 호수에 비추이는 파란 달빛은

이내 구석구석을 가득 채우며 중첩되어 퍼지고

한치의 쉼도 없이 홀로 된 차가움으로 내몬다


마음이 숨을 내쉬며 치닫고 두려움과 싸울 무렵

냉혹한 月光은 이방인을 대하듯 칼을 겨누고 

무언의 고통을 얘기하며  초라한 삶을 벗겨내고

깊은 어둠 속 영혼의 자유로움을 위해 춤을 춘다


비로소 어둠 속 서슬 퍼런 月光의 향연에 휩싸여

몸과 마음을 던지고 숙명처럼 한 발자욱씩 내디뎌

깊은 밤 호수에 비친 月光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자유를 찾은 삶과 마치 둘이 하나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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