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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河詩選/4집' 푸른 바다가 나를 부르면... (미출간초고)

잘하고 있는 거겠지

by 하늘초롱 202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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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는 거겠지   <초하>


잘 가고 있는 거겠지

큰 너울이 스쳐지나

돛대마저 사라져 버린

침몰의 기로에 서있는

방향을 잃은 조각배


물결 따라 흘러 흘러

어딘지 모를 이곳을

하염없이 지나고 있는

희망마저 숨을 죽인

혼자만의 고독한 항해


잘 가고 있는 거겠지

방향도 동력도 잃어

바람 따라 흘러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까지

잘 가고 있는 거겠지


어두운 밤바다를

나 홀로 지날 때

별님이 동행하고

달님이 길을 밝혀

잘 가고 있는 거겠지 


정해진 것이 없다면

흐름에 맡길 수밖에

정해진 것이 있다면

믿고 기다려 볼 밖에

잘하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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